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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문화칼럼] 늙은 군인의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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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천교육장 이승진 작성일19-08-1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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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천교육장 이승진[경북신문=예천교육장 이승진] '늙은 군인의 노래'에 나오는 '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하기 적절한 세대는 언제일까요? 60대∼ 80대를 말씀하시겠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20대에 이 노래를 부르며 금강산 구경을 꿈꾸던 청춘도 있었습니다. '늙은 군인의 노래'는 누구나 평생을 바친 퇴직 자리에서 개사하여 의미 있게 부를 수 있으며 아들딸이 불러 아버지의 흘러간 청춘을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노래입니다. 늙은 군인이 아들 딸 손주 세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우리의 노래이며 오늘의 노래입니다.

  이 노래도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1976년 겨울, 군 생활 중이었던 작곡가 김민기에게 퇴역을 앞둔 늙은 선임 상사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 푸른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 내 청춘'을 던져주며 노래로 만들어 달라고 했습니다. 젊은 작곡가 김민기는 꽃 피고 눈 내린 30년간 군대에 청춘을 바친 노병의 애환과 설움을 어루만지며 '늙은 군인의 노래'를 만들었습니다. 한 때 금지곡이었던 아픈 시절이 있었지만 제 63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큰 감동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최백호와 현역 군인들이 다시 부른 노래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군인이거나 군인이었으며 군인과 관련이 있는 사람의 아들딸이었습니다.

  '1절 - 내 청춘과 삶' 나 태어난 이 강산에 군인이 되어/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후렴'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푸른 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 내 청춘 '2절 - 아들 딸' 아들아 내 딸들아 서러워마라/ 너희들은 자랑스런 군인의 아들이다/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아서라 말아라 군인 아들 너로다/'3절 - 손주' 내 평생 소원이 무엇이더냐?/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일세/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 날을/기다리고 기다리다 이 내 청춘 다 갔네/'4절 - 삶과 꿈' 푸른 하늘 푸른 산 푸른 강물에/검은 얼굴 흰 머리에 푸른 모자 걸어가네/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우리 손주 손목 잡고 금강산 구경 가세/'작사곡 김민기 노래 양희은 제목 늙은 군인의 노래'

  이 노래에는 철학적 질문 3가지가 들어있습니다. 1절과 4절의 질문은 '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로 각각 3행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이 질문은 평생 동안 직업 군인으로서 나라를 걱정하며 살아온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며 남들처럼 충분히 사랑해주지 못한 가족에 대한 미안함을 질문으로 대신 표현하고 있습니다.

  2절에서 노병은 자식들에게'좋은 옷 입고프냐 맛난 것 먹고프냐?'고 물으며 자식들에게 만족스럽게 해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을 표현합니다. 너희들은 깨끗한 공직자로 살아온 자랑스러운 군인의 아들이니 지금까지 잘 참고 잘 살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달라는 부탁을 합니다.

  3절은 질문으로 시작하며 자신에게 화두를 던집니다. 잘 견뎌온 자신을 격려하며 스스로에게 '내 평생소원이 무엇이더냐?'고 묻습니다. 자식들에게도 묻는 아픈 질문입니다. 꽃 피어 만발하고 활짝 개인 그 어느 날 손주의 손목을 잡고 금강산을 구경 가는 소박한 꿈도 밝혀둡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다 삼십 년이 훌쩍 다 가버렸지만 4절에서는 다시 '금강산 구경 가세'라며 같이 가자는 손을 여러분에게 내밉니다. 그래야지요. 우리 같이 가야지요.

  4절은 앞의 2행과 뒤의 2행이 서로 견제 하면서도 전체를 돌아보고 정리하는 묘한 어울림이 있습니다. 앞의 2행은 온통 푸른(녹색 전투복) 빛이었던 푸른 옷과 푸른 모자, 하늘과 산 강물의 푸르름 속으로 백발 휘날리며 걸어가는 자신의 삶을 성찰합니다. 그 눈물이 손주의 손목을 잡고 금강산을 향하여 걸어갑니다. 

  1979년 병영 생활 속에서 불렀던 군인의 노래를 지난 달, 일반직 공무원 정년퇴임 송별식에서 박 주무관님의 노래로 다시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군악대가 연주하는 드럼 소리가 나지막이 들려옵니다. 그 드럼 소리에 맞춰 '늙은 교사의 노래'를 부르는 한 사내의 퇴임식이 측은하게 겹쳐져 옵니다.
예천교육장 이승진   kua34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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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출처 : 경북신문 (www.kbsm.net)